수출통제 급증에 멍드는 韓…메가FTA로 '공급망 안전판' 키워야

입력 2024-05-03 18:35   수정 2024-05-04 01:58

지난해 2월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생산 규제를 예고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증설, 업그레이드를 봉쇄해 도태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요구여서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약 40%가 중국 시안공장, SK하이닉스의 D램 48%가 우시공장에서 생산된다.

통상당국과 삼성·SK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규제 조치를 무기한 유예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강대국들의 새로운 규제가 언제든 다시 출현해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수출 5강’에 오르려면 경제안보와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무역시장 질서 급변에 대응한 통상 전략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통제 급증…‘우군’ 확보가 핵심

3일 한국경제신문이 세계무역기구(WTO)의 2023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2016년 20건에 불과하던 전 세계 수출 제한 조치는 2022년 146건, 2023년 99건으로 급증했다. 수출 제한 품목의 44.1%는 석유 등 에너지 원료가 차지했다. 알루미늄 및 부속물(11.5%), 곡물(11.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추세는 주요 경제대국과 자원부국들이 자원과 기술력을 ‘전략 무기화’하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주요 수출국이 4곳 이내여서 한 나라라도 수출을 통제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병목’ 생산품은 2002년 730개에서 2021년 1075개로 늘었다. 원재료를 수입해 철강 등 중간재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같은 완제품을 제작해 수출하는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우군’ 확보를 서두를 때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지난해 영국은 일본과 호주 등 11개국이 2018년 출범시킨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신규 가입했다. 유럽연합(EU) 탈퇴로 상실한 수출 시장을 회복하는 한편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은 2020년 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가입 의향을 밝혔지만 정식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韓·日·대만 ‘블록 경제권’도 대안
한국은 CPTPP 가입에 따른 ‘득’이 ‘실’보다 많다는 분석이다. 인구가 5억8000만 명에 달하는 12개 CPTPP 가입국의 합계 국내총생산(GDP)은 14조8000억달러(약 2경242조원)로 전 세계의 15%에 달한다. CPTPP는 관세 철폐율이 96%에 달해 멕시코와 일본 등 한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과 ‘경제동맹’을 맺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 주도로 한국을 포함해 2022년 14국 체제로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의 역할 강화도 요구된다. 특히 지난달 17일 IPEF 회원국들이 발효한 공급망 협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의 수출 경쟁국들과 공생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한국과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에서 경쟁 관계지만 역설적으로 원유 등 에너지, 리튬 니켈 등 광물 자원 수입에 있어선 이해관계가 사실상 같기 때문이다. 일본이 기를 쓰고 CPTPP 출범을 주도하고 대만이 가입을 시도하는 이유다.

정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일본과 에너지 공동구매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일본 최대 발전사 JERA와 액화천연가스(LNG)를 공동구매하고 수송선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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